감독의 학창 시절 트라우마를 영화로 구현하다
감독 데미안 셔젤은 고등학교 재학 중 재즈 밴드에 들어갔는데 그곳의 분위기는 매우 치열했습니다. 셔젤은 특히 밴드 지휘자를 맡은 선생에게 가장 큰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연주를 할 때만 공포를 느낀 것이 아니라, 리허설 직전에는 밥 먹기에도 어렵고 잠에 들기도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공포였습니다. 어느 순간 드러머로서 그에게 중요한 가치가 청중이나 스스로를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주는 지휘자를 기쁘게 해야 한다는 점이 이상하게 다가왔습니다. 무대 공포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주에 있어서 자신을 두렵게 하는 것은 지휘자였고 누군가 셔젤에게 다가와 멋진 무대였다고 칭찬을 해줘도 지휘자에게 승인받지 않으면 뿌듯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문제는 그에게 크게 심각하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삶을 위협하지도 않았습니다. 셔젤은 고등학생일 뿐, 재즈 드러머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취미로 드럼을 치고 밴드 활동을 하려고 했던 학생일 뿐이었습니다. 셔젤은 그 때 자신이 느낀 두려움이 결코 이성적인 판단으로 생긴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두려움으로 인해서 동기부여를 받은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인정하게 됩니다. 감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이 지나도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있었고, 이러한 트라우마를 영화 제작을 통해 표현하게 됩니다.
영화 <위플래쉬>에 대한 감독의 의도
2014년, 선댄스 영화제와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처음 소개되어 극찬을 받았기 때문에 아카데미에 오르기 전까지는 감독주간과 선댄스 타이틀을 통해 홍보되었습니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2012년 300명 이상의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뽑은 미제작 된 최고의 시나리오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감독의 차기작인 영화 라라랜드를 제작 후 밝히길, 원래는 라라랜드를 먼저 구상했으나 투자자들이 경력이 없는 자신에게 큰 규모의 뮤지컬 영화에 대한 제작을 지원할 리가 없으리라고 생각해서 만든 시험용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인지 장편으로 계획된 영화였지만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해 단편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단편이 선댄스 영화제 등 여러 곳에서 호평을 받았기에 성공적으로 투자를 받아 지금의 장편영화인 '위플래쉬'가 되었습니다. 극 중 앤드루 역할을 맡은 마일즈 텔러는 실제로 15살 때부터 드럼을 연주해왔지만 영화 속 재즈 드럼은 익숙하지 않았기에 촬영 도중 물집이 잡혔는데, 이 물집이 종종 터지면서 피가 나온것을 그대로 영화에 등장시켰습니다. 마일즈 텔러가 미칠듯이 연습하는 장면을 찍을 때 실제로 지친 모습을 찍기 위해 감독은 컷을 외치치 않았다고 합니다. 레딧의 한 유저가 영화에 숨겨진 은유를 찾아냈는데, 바로 어두운 색이 실력과 힘, 그리고 광기를 상징한 다는 것입니다. 맨 처음 오프닝에서 앤드류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플래처는 검은 재킷과 티셔츠를 입은 채 등장합니다. 플래처가 밴드 멤버들을 테스트를 할 때 탈락된 사람들은 밝은색 옷을 입었으며 플래처가 쫓아낸 트럼본 연주자도 흰색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앤드류는 플래처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은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독의 말에 다르면 마지막에 플래처가 앤드류에게 망신을 준 것은 이 자극으로 앤드류가 위대한 드러머가 되면 좋고 아니면 복수로 끝나도 그 자체로 좋다는 의도로 행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감독은 예전부터, 예술은 가볍고 즐거워야 한다"는 주장과 "예술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중에 어떤 것을 따를지 고민을 많이 했으나, 결국에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이를 영화에서 열린 결말로 표현했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한 줄로 '스승과 제자의 대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평범한 학생이 천재 드러머가 되기까지의 과정
영화의 주인공인 앤드류는 학교 내 평범한 밴드의 보조 드러머입니다. 어느 날, 그는 플래처 교수를 만나고 교내 최고의 밴드인 스튜디오 밴드에 발탁이 됩니다. 그리고, 플래처는 앤드류에게 드럼 연주를 시키는데, 앤드류가 계속 박자를 틀리자 플래처는 의자를 집어던지고 폭력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고 내뱉습니다. 앤드류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화를 내지만 플래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더 열심히 연습하라는 말과 함께 연습실에서 나갑니다. 그러다, 악보를 잃어버린 태너 대신 악보를 모두 외운 앤드루가 위플래쉬 연주를 하게 되고, 훌륭하게 연주를 해내 앤드루가 속한 세이퍼 음악 학교가 1위를 차지합니다. 이후, 앤드루는 메인 드러머 자리를 꿰차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플래처가 다른 밴드의 메인 드러머였던 라이언들 데리고와 앤드루가 아닌 라이언에게 연주를 맡깁니다. 그 결과, 앤드루는 격하게 반항하며 정신적으로 타락해갑니다. 다음 날, 플래처는 태너, 앤드루, 라이언에게 연주를 시키고 피 튀기는 경합을 붙인 끝에 앤드루를 메인 드러머 자리에 앉힙니다. 대망의 경연 날, 앤드루가 탄 버스의 타이어가 펑크가 나버립니다. 그 탓에 플래처는 앤드루가 아닌 라이언에게 드럼 연주를 맡기려고 합니다. 앤드루는 정신이 나간 상태로 잃어버린 스틱을 겨우 챙기고 돌아오던 중, 교통사고가 나고 맙니다. 피투성이가 되어서까지 차 밑에서 기어 나와 스틱을 챙기고 구급차를 뿌리치고 기어코 공연장까지 달려갑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상태에서 드럼을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자, 플래처는 앤드루를 밴드에서 내쫓아버립니다. 앤드루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플래처에게 덤벼들다가 학교에서 제적당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큰 무대에서 자신의 꿈이었던 드럼 연주를 할 기회를 얻은 앤드루는 파나는 연습 끝에 무대에 오르지만 플래처가 앤드루가 모르는 곡의 악보를 그에게 주어 결국 앤드루는 무대를 망칩니다. 그렇게 무대에서 뛰쳐나온 앤드루는 투지에 찬 눈으로 다시 무대로 올라가고 플래처는 당황하며 다음 곡을 설명하려는 찰나, 앤드루는 순식간에 밴드를 장악하며 캐러밴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지켜보던 플래처는 점점 앤드루의 연주에 동화되어 가고, 그와 합을 맞춰 공연을 지휘합니다. 앤드루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연주에 몰입하였고, 플래처 또한 앤드루가 결국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이 원했던 사람이 되었음을 확신하며 피날레를 연주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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